세계 암호화폐시장이 심상치 않다. FTX 거래소 파산 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암호화폐시장의 후폭풍이 증폭되면서 서로 연결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동반 파산으로 이어질 가망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계 2위의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인 FTX가 파산신청을 함에 따라  유명 펀드들이 속속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주요 펀드들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하여 암호화폐에 투자했지만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거래소인 FTX마저 파산신청을 함에 따라 위험자산을 줄이는 차원에서 암호화폐에서 발을 빼고 있다.

암호화폐에 투자한 유명인들도 ‘쪽박’을 차게 됐다고 월가의 금융전문매체 '스트리트닷컴'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는데 미식축구의 톱 스타인 톰 브로디, 미국 프로농구의 슈퍼스타인 스티븐 커리, 세계적 톱 모델 지젤 번천 등이 FTX에 많은 투자를 했었다. 브로디와 번천은 부부인데 이들의 지분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분 투자와 함께 FTX가 이들의 유명세를 이용해 판촉을 하기 위하여 홍보대사로 임명했었다.

미국 벤처캐피털(VC) 업계의 거물인 '세코이어 캐피털'은 FTX에 2억 1,000만 달러(약2,749억 원)를 투자했으나 FTX가 파산보호 신청을 함에 따라2억 1,000만 달러 전액을 상각 처리하고,더 이상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펀드는 6,460억 달러(약 848조)를 관리하는 유명 펀드인데 수석 투자 전략가 살만 아메드는 FTX 거래소 붕괴와 관련하여 "암호화폐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FTX거래소에 1억 달러(약 1,319억 원) 정도가 물린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14일 도쿄 증시 거래에서 11% 폭락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손정의 회장이 운영하는 소프트뱅크가 이같이 폭락하고 있는 것은 ‘비전 펀드’의 손실이 늘었기 때문인데 비전 펀드는 전 세계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소프트뱅크의 주력 펀드로서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기술주가 급락하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FTX 거래소 파산의 위기가 다른 거래소로도 확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세계 15위 거래소인 크립토 닷컴이 자체 발행한 코인 '크로노스'가 24시간 전 대비 20%대 폭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립토 닷컴의 본부는 스위스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무실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다. 크립토닷컴의 시가총액은895.4억 원이며 총 발행한도는 31,587,682개이다. 

크로노스가 폭락한 것은 지난 10월 크립토 닷컴이 보유 중이던 이더리움의 80%(약32만 개)가 비슷한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게이트 아이오'로 송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인데, 크리스 마잘렉 크립토 닷컴 최고경영자(CEO)는 " 오프라인 지갑인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에 옮겨질 예정이었던 이더리움이 다른 계좌로 잘못 송금이 됐다”라고 하면서 "게이트 아이오에서 이더리움을 모두 회수했다"라고 밝혔으나 투자자들은 서둘러 자금 인출에 나서고 있다. 이들 거래소가 서로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며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하면 서다.

이에 따라 이 시각 현재 비트코인이 5% 이상 급락하여 1만 6,000달러선이 붕괴하는 등 암호화폐는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가 "FTX 사태로 비트코인이 1만 달러 내지 1만 2,000달러까지 떨어져 새로운 바닥을 형성할 것"라고  13일(현지시간) 전망하면서 비트코인이 향후 최고 6,000달러에서 최저 4,000달러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아울러 런던에 있는 파인브리지 투자의 자산 포트폴리오 매니저 하니 레다는 "비트코인이 잠재적 자산으로 간주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 FTX 사태로 잠재적 자산 클래스가 아님이 명백하게 증명됐다"며 "앞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자산 배분에서 암호화폐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이 FTX 거래소 파산 후 암호화폐시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용돌이가 증폭이 되면서 누가 먼저 탈출하느냐의 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암호화폐는 실체가 없는 말 그대로 가상의 화폐이기 때문에 신뢰가 중요한데 FTX 거래소 파산으로 신뢰가 무너져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